'아무리 좋은 항암제도 내성 생기면 못 쓴다' 엘베이스의 신약개발도전
오토파지 연구해 내성 적은 항암제 개발
연말 IND 신청 내년 글로벌 임상 1상 진입
대원제약과 신약후보물질 LB-217 공동개발
지난 15일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전도용 엘베이스 대표는 최근 항암제 연구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전 대표는 "처음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가 나왔을 때는 우리가 암을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결국엔 내성이 생겨서 좋은 약인데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내성 때문에 점점 강한 약을 쓰게 되고 환자와 가족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토파지 메커니즘을 통해 암세포를 공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연구가 최근 많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엘베이스도 'CAGE(Cancer Associated GEne)'를 통해 암세포에만 효과를 발휘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신약개발업체들이 오토파지를 이용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과 같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데 반해 엘베이스는 항암치료제 개발을 초점을 두고 있다. 전 대표는 "국내에서 아무리 좋은 항암제를 개발해도 글로벌 제약회사와 경쟁제품으로는 시장에서 팔리기 어렵다"면서 "국내 신약은 희귀의약품 시장을 공략하거나 우리가 하는 것처럼 글로벌 제약회사 제품과 같이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엘베이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둔 상태다. 영국에 사무소를 두고 대학이나 제약사들과 접점을 유지하고 있다. 전 대표는 "안전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1상은 단독으로 진행하지만 이후는 글로벌제약사와 함께해야 한다"면서 "임상 중이라도 라이선스아웃(L/O)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베이스는 내년 비소세포폐암 후보물질 LB-217 글로벌 임상 1상 진입을 준비중이다. 올해 연말에 IND를 신청한다. 엘베이스는 2015년 설립돼 2018년 시리즈A로 40억원, 2021년 브릿지로 60억원을 투자받았으며, 지난해 1월 대원제약과 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 'LB-217' 공동 개발 약정을 체결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는 "엘베이스는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독창성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약을 만드는 것이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있는 약이 듣지 않는 것만 해결해도 사람들의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전 대표는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상장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신약개발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엘베이스는 CAGE 타깃 신약개발기술에 오리지널리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 전 말라리아치료제(하이드로클로로퀸)이 내성이 있는 췌장암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가 나왔는데 오토파지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도용 대표는 옛 태평양제약 출신으로 제약개발팀장, 바이오벤처투자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쳤다. 그가 연구했던 것중 다른 개발사로 이전돼 신약으로 성공적으로 매출이 발생된 것도 있다. 엘베이스에서 연구하는 CAGE는 2002년 정두일 강원대 교수에 의해 발견된 암정소항원(CTA•Cancer Testis Antigen)으로 이를 타깃으로 하는 신약개발을 위해 2015년 만들어진 회사가 엘베이스다.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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